원칙부터 말씀드리면, 가명으로 경찰 조사를 받는 것은 일반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형사 절차에서 피의자·피해자 모두 실명 확인은 기본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성범죄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해, 실명은 확인하되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받는 방식은 가능합니다.
먼저, 조사 과정에서 신분 비공개·정보 보호 요청은 명확히 할 수 있습니다. 성범죄 피해자의 경우 주소, 연락처, 직장 등 인적 사항이 수사 기록이나 상대방에게 그대로 전달되지 않도록 보호 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 실제로 많은 사건에서 열람·등사 범위 제한, 개인정보 가림 처리 방식이 활용됩니다. 이는 가명 사용과는 다르지만, 실질적인 노출을 막는 1차 대응입니다.
다음으로, 사건의 성격과 위험성이 인정되면 신변보호 조치나 접근금지 조치와 함께 기록 관리가 강화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가해자 측이 기록을 열람하더라도 피해자의 상세 정보가 제한적으로만 확인되도록 조정됩니다. 중요한 점은, 이런 보호는 자동으로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조사 초기에 명확히 요청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가명 사용이 아닌 절차적 보호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핵심입니다. 조사 전에 어떤 정보까지 공개되는지, 기록에 어떤 표현으로 남는지, 상대방이 어디까지 열람 가능한지를 미리 정리해 두지 않으면 “실명 노출에 대한 불안”이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이름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사 기록과 절차를 통해 피해자의 신상이 어디까지 드러나는지를 통제하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가명 조사 자체는 어렵지만, 실명 확인 이후의 노출 범위는 충분히 통제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사건 초기 설계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에,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미리 대응 방향을 잡아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