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일,
법무법인 이엘 강남 본사에서 열린
제10회 성범죄 피해자 지원 연구회에 참석하며
피해자 분들에게 강조해서 드린 말씀이 있었습니다.
성범죄 피해자 사건의 결과는
단순히 증거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피해상황이 어떻게 진술 되었는지에 따라
이미 방향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이는 실제 사건 결과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 초기 진술이 갖는 법적 의미
형사 절차에서 초기 진술은
단순한 참고 자료가 아닙니다.
수사기관은 최초 진술을 기준으로
· 사건의 구조를 설정하고
· 신빙성 판단의 기준을 만들며
· 이후 진술과의 일관성을 비교합니다.
따라서 초기 진술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질 경우,
이후 아무리 보완이 이루어지더라도
‘진술 번복’ 또는 ‘일관성 부족’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 ‘증거 부족’이 아닌 ‘구조 미흡’의 문제
연구회에서도 강조된 부분은
성범죄 사건이 단순히
증거의 유무로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이 어떤 구조로 설명되었는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 피해 당시의 신체적·심리적 상태
· 가해자와의 관계 및 권력 구조
· 사건이 발생한 상황적 흐름
이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을 경우,
개별 사실이 존재하더라도
전체 맥락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게 됩니다.
그 결과, 사건은 “입증이 부족한 사안”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 진술은 ‘사실 나열’이 아니라 ‘구조 설계’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문제는
피해자가 자신의 경험을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는 데 집중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형사 절차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법적 판단 기준에 맞는 구조화된 설명입니다.
① 어떤 행위가 있었는지보다
② 그 행위가 어떤 상황에서 이루어졌고
③ 피해자가 어떤 상태였는지가
함께 설명되어야 합니다.
이 과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동일한 사실이라도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 초기 대응은 ‘속도’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
많은 피해자들이
신속한 신고 여부에 대해 고민하지만,
실무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초기 대응의 설계 여부입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진술은
이후 절차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사건의 방향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건의 구조와 전달 방식이 정리된 상태에서 시작된 경우
동일한 사실관계라도
전혀 다른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가
성범죄 사건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한 대응이 아니라 초기 진술의 전략적 설계입니다.
△ 기억의 정리
△ 사건 구조의 재구성
△ 전달 방식의 설정
이 과정이 선행될 때
비로소 사건은
법적 판단 기준에 맞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 결론 — 결과는 처음에 만들어진다
성범죄 사건은
수사 단계에서 결론이 내려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 이전,
처음 어떻게 설명되었는지에 따라
방향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이 점을 강조합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빠른 대응이 아니라,
어떻게 시작하느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