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해자 분들과 상담을 진행하면서
제가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불기소 처분이 나왔는데…
너무 억울해요,
저는 이제 끝난 건가요?”
이 질문에 저는 사건이 끝난 것이 아니라,
불복 절차를 통해 다시 다투어야 하는 단계라고 설명드립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은
법적으로는 하나의 종결일 수 있지만,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입증을 시작해야 하는 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 “그 일이 왜 범죄인지” 다시 설명해야 하는 구조
최근 제가 맡았던 한 사건에서도
피해자는 자신의 주거지에서 경부 압박이 가해지는 상황 속에서
성관계를 당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수사기관은
외형적 상흔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
일부 진술의 일관성에 의문이 있다는 점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렇다면 이 사건은 여기서 끝난 것일까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시점부터 피해자는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내가 겪은 일을 왜 계속 증명해야 하는 건가요.”
이미 한 차례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경험을
다시 꺼내 설명해야 하는 과정,
이 자체가 피해자에게는
또 하나의 ‘사법적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 입증 책임은 왜 항상 피해자에게 돌아오는가
불기소 처분 이후에도
항고나 재정신청이라는 절차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실무적으로 보면
초기 판단을 뒤집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이미 한 번 부정된 경험을
다시 설명하고, 다시 입증해야 합니다.
저는 이 구조가
단순한 절차 문제가 아니라
‘2차 사법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다시 봐야 하는가
성범죄 사건은
처음부터 명확한 증거로만 설명되는 사건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강조합니다.
“증거가 부족한 사건이 아니라,
맥락이 충분히 해석되지 않은 사건일 수 있습니다.”
· 피해자의 상태
· 사건 당시의 상황
· 관계의 흐름
이 세 가지를 함께 보지 않으면
결론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 끝난 사건이 아니라, 다시 시작되는 과정
불기소 처분은 피해자에게
자신이 겪은 성범죄 피해가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의미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질문을 계속 던집니다.
“지금의 판단 구조는
과연 성범죄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일,
그것이 지금 우리가 반드시 짚어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