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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스토킹 피해자 보호, 처벌 이후가 더 중요하다

가해자가 피해자 계좌로 고의로 소액을 송금한 뒤, 허위 채권·채무 관계를 내세워 소송 절차를 통해 피해자의 집 주소를 알아내는 소름 돋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법의 맹점을 악용한 이런 행위를 막기 위해 최근 주민등록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번 개정안은 성폭력·스토킹 피해자와 그 가족까지 주민등록표 열람 및 등·초본 교부 제한 대상에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피해자 보호가 단순히 수사와 재판 절차 안에서만 논의될 문제가 아니라, 사건 이후의 일상과 안전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성범죄 피해자가 사건 이후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는 가해자에게 자신의 주소나 생활권이 노출되는 문제다. 신고 이후 가해자가 다시 찾아오지는 않을지, 가족이나 직장에 피해가 번지지는 않을지에 대한 공포는 피해자가 법적 대응을 망설이게 만드는 가장 현실적인 요인이다.


특히 성범죄는 낯선 사람 사이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교제 관계, 직장, 학교, 종교단체, 지인 관계 등 이미 생활권이 겹쳐 있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사건에서 피해자의 주소 노출은 단순한 개인정보 유출을 넘어, 피해자의 생활 반경 전체가 위협받는 치명적인 문제로 이어진다.


가해자가 직접 찾아오지 않더라도 피해자는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주변인을 통한 연락, 합의를 명목으로 한 압박, 절차를 빌미로 한 정보 확인 시도는 모두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된다. 결국 피해자 보호는 가해자의 처벌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사건 이후에도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때 비로소 실질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성범죄 사건은 주로 가해자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가해자에게 합당한 책임을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피해자에게는 판결 이후에도 삶이 계속된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 잠을 잘 수 있는지, 출근길과 등굣길을 불안 없이 걸을 수 있는지, 가족에게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지까지 세밀하게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성범죄 피해 사건에서 법률 조력은 고소장 작성과 증거 제출 등 사법적 절차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피해자의 주소가 노출될 가능성은 없는지, 가해자와 생활권이 겹치는 부분은 어디인지, 연락 차단이나 접근 제한이 필요한지 등을 초기 단계부터 함께 점검해야 한다. 피해자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막연한 위로가 아니라 구체적인 보호 설계다.


이번 개정안 논의는 성범죄 피해자 보호의 기준이 한층 더 세밀해져야 함을 보여준다. 피해자의 주소는 단순한 행정 정보가 아니다. 사건 이후에도 피해자가 자신의 일상을 지켜내기 위해 결코 무너져서는 안 될 최소한의 안전선이다.


도움말: 이엘 성범죄 피해자 케어 센터 차재승 변호사


출처 : 이투뉴스 이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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